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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우유·버터 없는 빵…담백하고 소화 잘되죠
작성일 2017.02.03 조회수 6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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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우유·버터 없는 빵…담백하고 소화 잘되죠

[출처: 중앙일보]

이태원에 있는 채식 베이커리 겸 식당 ‘플랜트’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와 머핀.


달걀과 우유, 버터 없이 빵을 만든다. 심지어 설탕·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빵집 ‘채식 베이커리’ 이야기다.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들을 위한 빵을 만든다고 해서 ‘비건 베이커리’라고도 부른다. 빵 만들기의 기본이라 여겼던 재료들이 전혀 안 들어갔으니 맛이 없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일반 빵과 비교해도 달콤 고소한 맛은 손색없다. 여기에 채식 빵 고유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 담백한 뒷맛이 장점으로 더해진다.
 
일반적으로 빵을 만들 때 달걀·우유·버터는 꼭 필요한 재료라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들 재료를 쓰지 않는 채식 베이커리는 생소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미 우리 주변 빵집에도 달걀·우유·버터를 사용하지 않은 빵이 많다. 밀가루·물·소금만으로 만드는 치아바타·바게트·하드롤이 대표적이다. 밀가루 대신 통밀 또는 쌀가루를 이용한 통밀빵이나 깜빠뉴 등을 더하면 그 종류는 더 많아진다.


달걀·우유·버터 없이 만든 신촌 ‘더브레드블루’의 밀푀유.

채식 베이커리에선 이외에도 달걀·우유를 많이 넣어야 한다고 알려진 카스텔라와 크루아상은 물론 크림이 듬뿍 올라간 케이크나 밀푀유(여러 겹의 파이 사이에 크림을 넣은 빵) 등의 빵들도 만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채식주의자들의 성지’로 알려진 신촌 ‘더브레드블루’가 하루에 내놓는 빵 종류는 50가지가 넘는다. 이곳의 신성철 이사는 “동물성 식품을 대체한 식물성 재료들만을 이용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채식 빵 종류는 150여 가지나 된다”며 “계절과 손님들 반응에 따라 그때그때 빵의 종류를 선택해 매장에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채식 빵이라고 하면 찐빵이나 술떡 같은 형태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국내에서도 채식 인구가 늘면서 2010년대 초반부터 소규모의 채식 베이커리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유 대신 두유, 달걀 대신 아마씨

생바나나를 넣은 ‘길트프리 베이커리’의 바나나 초코칩 머핀.

생바나나를 넣은 ‘길트프리 베이커리’의 바나나 초코칩 머핀.


‘채식 빵’ ‘비건 빵’은 겉모양만 봐서는 일반 빵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케이크에는 하얀 바닐라크림과 초코크림이 덮여 있고, 포슬포슬한 머핀에는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먹음직스러운 소시지빵과 피자빵은 과연 채식 빵이 맞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될 정도다.(※물론 여기에 사용한 소시지는 콩단백질로 만들었다.)

채식 빵과 일반 빵의 차이는 재료다. 우선 달걀·우유·버터 등 동물성 식품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기본. 그 대신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다. 빵 반죽에 들어가는 우유 대신으로는 주로 두유를 사용하는데 빵의 종류에 따라 묽거나 진하게 농도를 조정해 넣는다. 깔끔한 맛을 위해 아예 두유도 사용하지 않고 물만 사용해 반죽을 빚기도 한다. 버터대신으로는 코코넛유와 대두유 등 식물성 기름을 소량 사용한다.

달걀은 본래 특유의 고소한 맛과 함께 반죽을 뭉치는 역할을 하는 주재료지만 이 또한 대체 식재료가 있다. 비건 케이크로 유명한 이태원의 채식 레스토랑 겸 베이커리 ‘플랜트’는 달걀 대신 아마씨(아마식물의 씨앗)를 갈아 빵 반죽에 사용한다. 간 아마씨에서 나오는 끈적이는 액체가 달걀흰자와 비슷해 반죽용 가루를 잘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한 맛을 내는 노른자 대신 다양한 곡물과 야채·과일을 갈아 넣어 맛을 풍성하게 만든다. 플랜트 이미파 대표는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식물성 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했다”며 “케이크 속에 넣는 크림은 야자유나 식용유에서 얻은 식물성 생크림을 사용하는데 몽글몽글하고 묵직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두부를 볶아 넣는 레시피를 수 십 번의 실험 끝에 찾아냈다”고 말했다.
양재동 ‘러빙헛 카페’의 인기메뉴인 단팥빵.

양재동 ‘러빙헛 카페’의 인기메뉴인 단팥빵.



 
풍성한 레시피…소화·알레르기 걱정 없어
『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 김혜준씨는 채식 빵의 맛을 “버터나 우유가 주는 묵직한 맛은 없지만 빵을 먹은 후 느껴지는 깔끔한 끝 맛이 매력적”이라고 표현했다. 달걀·우유의 고소한 맛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밍밍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담백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달걀·우유 없이는 만들기 힘들다는 카스텔라나 케이크는 일반 빵보다 수분감이 많아 오히려 더 촉촉하고 부드럽다. 대신 머랭(달걀 흰자로 만든 거품)을 사용하지 않은 탓에 폭신한 맛은 덜하다.

두 달 전부터 채식을 시작한 대학생 류서진(22·수원)씨는 최근 주말마다 SNS에서 유명하다는 채식 베이커리를 방문하는 ‘빵집투어’ 중인데 “채식 빵이 다른 일반 빵들과 맛이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레시피도 각양각색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식 빵의 맛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공식 레시피가 없는 데다, 채식주의자들이 직접 먹을 빵을 만들고 고민하다 베이커리를 차린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인의 취향에 따라 식재료와 레시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대학로 ‘뿌리 온 더 탑’의 현미 케이크.

대학로 ‘뿌리 온 더 탑’의 현미 케이크.


마크로비오틱(자연식 요리) 연구가인 이윤서(32)씨와 채식주의자인 남편 강대웅(35)씨가 운영하는 대학로 ‘뿌리 온 더 플레이트’에서는 국내산 현미가루만을 사용해 케이크·쿠키를 만든다. 부부가 밀가루보다 소화가 잘 되는 현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설탕이 든 음식도 싫어한다. 때문에 자신들이 만드는 케이크에는 설탕보다 10배가 비싼 메이플 시럽을 쓴다. 초코 케이크를 만들 때 쓰던 유기농 초콜릿에도 설탕이 들어있다는 걸 알고 유기농 카카오 가루에 메이플 시럽, 유기농 카카오 버터를 섞어 초코크림을 직접 만들어 쓴다.

온라인 비건 베이커리 ‘길트프리 베이커리’의 리사 리(27) 대표는 일반 밀가루 대신 밀기울(밀의 속껍질)이 많이 남아있는 통밀에 도정된 햇밀을 섞어 빵을 만든다. 밀기울의 영양분은 그대로 흡수하면서 거친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또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허브식물인 스태비아 분말을 쓰고 유기농 사과·복숭아·포도는 껍질 째 쓰는 것을 고집한다.

채식 빵은 채식주의자 외에도 달걀·우유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빵이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찾아서’ 먹는 음식으로도 입소문 나고 있다. 지난 10일 천안에 사는 윤혜경(37)씨는 달걀 알레르기가 심한 둘째 딸의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이 서울에 빵을 사러 올라왔다고 했다. 더브레드블루를 찾은 윤씨는 “지방엔 이런 빵집이 없어서 소문 듣고 남편도 직장에 휴가를 내고 함께 왔다”며 “딸이 빵을 먹고 싶어 해도 못 먹여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생일을 제대로 해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채식주의자가 됐다는 서보영(30·대구)씨는 원래 빵을 잘 먹지 않았는데 채식 빵을 먹고부터 빵을 좋아하게 됐다. 일반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잘 체했는데 채식 빵은 맛이 담백하고 통밀을 이용해 소화도 잘 되고 안에 들어간 야채·과일 등 재료 본연의 맛이 풍부하게 느껴져 오히려 “빵맛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산 통밀가루로 만든 판교 ‘브로떼 나인’의 통밀빵.

국내산 통밀가루로 만든 판교 ‘브로떼 나인’의 통밀빵.


일부러 찾은 재료들과 건강에 좋은 국내산·유기농 등을 고집하다보니 빵 가격은 일반 빵집에 비해 비싸다. 케이크·머핀은 한 조각에 보통 5000~7000원대. 이태원이나 가로수길에 있는 디저트 카페 빵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지만, 3500~4000원에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에 비하면 50~60%가 비싼 편이다. 식빵이나 통밀빵은 5000~6000원대로 2배 이상 가격이 올라간다. 하지만 먹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는 데다 재료에 대한 고집을 지키려면 더 이상 가격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것이 채식 베이커리 사장들의 입장이다. 리사 리 대표는 “가격이 올라가면 사는 사람이 적어져 수익성은 떨어진다”며 “하지만 좋은 재료의 함량을 높이려면 마진을 줄여도 어쩔 수 없이 빵값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원본 :http://news.joins.com/article/2120509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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